-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마지막 단계인 영구처분은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이 자연 상태의 우라늄 광석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장기간 인간 생활권과 분리해 두는 관리 방식이다. 이 기간은 최대 수만 년에서 10만 년에 이르며, 영구처분은 이 시간 동안 외부 개입 없이 안전이 유지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처분 시설은 지하 약 500m 깊이의 안정된 암반층에 건설된다.
- 영구처분의 핵심 개념은 방사성 물질의 이동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차단하는 다중 방벽 체계다. 첫 단계에서는 핵연료 자체가 고체 상태를 유지하며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억제한다. 다음으로 부식 저항성이 높은 구리 용기를 두어 방사능의 누설을 장기간 차단한다. 이 용기 주변에는 벤토나이트 점토를 채워 지하수 유입과 물질 이동을 제한한다. 마지막으로 수억 년 동안 안정성을 유지해 온 암반층이 천연방벽 역할을 한다. 이 여러 단계의 방어는 개별 요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체 안전성이 유지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이러한 과학적 설계를 실제 정책과 사업 단계로 옮기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법에는 처분 시설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그리고 중장기 건설 일정이 명시돼 있다. 그동안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절차가 정리되지 않았던 영구처분 논의를 법의 틀 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지하 수백 m 깊이의 암반을 활용하는 대규모 지하 시설이다.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층은 지질 구조의 장기 안정성, 지하수 이동 특성, 암반의 물리·화학적 조건 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처분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는 장기간의 지질 조사와 단계적 검증이 선행된다. 처분시설 건설 역시 단순 토목 공사가 아니라, 수직·수평 갱도를 포함한 복합 구조물을 설계·시공·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기술적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병행된다. 처분장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이러한 단계별 검증과 합의 과정을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