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발전소 주변에는 사고 발생에 대비해 주민 보호를 위한 구역이 설정돼 있다. 이를 비상계획구역, 즉 EPZ라고 한다. 한국은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을 발전소 반경 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20~30km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약 16km, 프랑스는 약 20km를 기준으로 삼는다. 국가별 기준이 다른 이유는 각 나라의 원전 안전 설계 수준과 사고 대응 체계 등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국가별 대피 여건과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 과학적·실증적 근거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 최근 소형모듈원전의 등장은 EPZ 기준을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대형 원전에 비해 열출력이 약 10% 수준으로 작고, 원자로 내부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에 펌프나 외부 전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대류와 중력만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피동형 냉각 계통을 적용해, 전원 상실 상황에서도 노심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게 낮다.
-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주요 규제 기관들은 소형모듈원전의 EPZ를 기존 대형 원전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소 부지 경계, 즉 수백 미터 수준까지 축소하거나 현재의 수 킬로미터 이내로 설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원전이 도심 인근이나 산업단지 내부에 위치해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며, 전력 공급의 입지와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 원전의 안전 기술과 비상대응 체계는 각국의 여건에 맞춰 발전했다. 이에 따라 비상계획구역 기준도 함께 조정됐다. 각국은 사고 시 예상되는 방사선 영향과 중대사고 가능성, 주민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종합해 EPZ를 설정한다. 이 인포그래픽은 이러한 판단 기준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비교해 보여주며, 현재의 기술 수준과 운영 경험을 기준으로 EPZ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를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