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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에는 저장이 까다로워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전력망 운영의 본질은 시시각각 변하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추는 데 있다.
전력망을 거대한 ‘물통’에, 전기의 품질인 주파수(60Hz)를 ‘수위’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소비자가 전기를 쓰면 물이 빠져나가고, 발전소가 가동되면 물이 채워지는 식이다.
수위가 기준치보다 높아도 발전 설비가 고장 나고, 낮아도 대정전(Blackout)이 발생한다. 계통 운영자가 1년 365일, 수위를 60Hz라는 기준선에 맞춰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이유다. - 문제는 에너지원 구성이 변하면서 이 수위 조절의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도꼭지를 일정하게 틀어놓은 듯 공급이 안정적인 원자력이나 화력발전과 달리,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라는 변수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 때문이다. 구름이 지나가기만 해도 태양광 발전량이 급감하는 등 변동 폭이 크다. 예측하기 힘든 물줄기가 불규칙하게 쏟아져 들어오면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듯,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력망의 주파수를 유지하는 일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 이처럼 출렁이는 전력망의 수위를 통제하고 균형을 회복하는 대응 능력이 바로 ‘유연성(Flexibility)’이다. 급격한 변화가 감지될 때 수십 초 만에 가동해 균형을 맞추는 예비발전기, 남는 전기를 담아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전력 소비를 줄여 부하를 낮추는 수요반응(DR) 등이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흐름 속에서 전력 안보를 지키는 열쇠는, 이 유연성 자원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주파수와 전력 수급의 시소
전력망 운영은 양쪽의 무게가 수시로 변하는 시소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과 유사하다.
발전기 터빈의 회전 속도가 곧 주파수(Hz)인데,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터빈이 가벼워져 회전이
빨라지고(주파수 상승),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터빈이 무거워져 회전이 느려진다(주파수 하락).
이 주파수가 허용된 운전 범위를 벗어나 급격히 요동치면, 발전 설비 보호를 위해 전력망이 차단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
발전기 터빈의 회전 속도가 곧 주파수(Hz)인데,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터빈이 가벼워져 회전이
빨라지고(주파수 상승), 반대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터빈이 무거워져 회전이 느려진다(주파수 하락).
이 주파수가 허용된 운전 범위를 벗어나 급격히 요동치면, 발전 설비 보호를 위해 전력망이 차단되면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
유연성 자원의 대응 속도 비교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은 ‘분’, 짧게는 ‘초’ 단위로 급격하게 발생한다. 이동하는 구름이 태양광 패널을 가리는 순간 발전량이 급락하는 식이다. 반면 기저전원인 석탄이나 원자력은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이러한 미세한 변동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변동 발생 즉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ESS나 LNG 복합화력 같은 ‘속응성 자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