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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으로 본 피지컬 AI와 에너지 화폐

「CES 2026으로 본 피지컬 AI와 에너지 화폐」



CES 2026 기조연설. 사진=the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제공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매년 1월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와 첨단 기술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올해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피지컬 AI’였습니다.


몇 년 전 챗 GPT를 필두로 AI가 본격적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을 때 우리는 AI가 작성한 그림이나 글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니터 화면 속에 갇힌 ‘뇌’에 불과했죠. 피지컬 AI는 이 디지털 뇌에 튼튼한 ‘몸’을 입힌 것입니다. 즉,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 물리적 기계에 탑재되어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의미하죠.


이제 AI는 현실 세계로 걸어 나와 우리 대신 무거운 짐을 들고, 요리하고, 위험한 공사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CES를 두고 “AI가 마침내 ‘작업화’를 신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과연 이 같은 로봇들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그리고 이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 숨겨진 ‘에너지’라는 대가는 무엇일까요. CES 2026 현장과 AI 전망을 통해 로봇과 인류의 미래를 짚어보겠습니다.


"CES 2026…현대차 아틀라스와 '피지컬 AI'"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번 CES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현대차의 ‘아틀라스(Atlas)’ 로봇이었습니다. 아틀라스는 과거 둔탁한 소음을 내던 유압식 로봇이 아닙니다. 아틀라스는 이번 CES에서 관절을 360도 회전하며 인간이 할 수 없는 기괴하면서도 효율적인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로봇을 단순한 쇼가 아니라, 2028년부터 실제 자동차 공장에 투입해 ‘일하는 로봇’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도 휴머노이드 로봇 ‘G1’의 양산형 모델을 들고나왔습니다. 놀라운 건 성능이 아니라 가격입니다. 약 1만 6,000달러, 우리 돈으로 2,000만 원 초반대입니다. 자동차 한 대 값으로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CES에서 관람객과 복싱 대결을 펼치는 이 로봇을 보며, 마치 과거 포드 자동차가 ‘모델 T’로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듯 로봇의 대중화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독일의 저먼 바이오닉은 아이언맨 슈트처럼 입는 로봇인 ‘엑소 스켈레톤’에 AI를 접목해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의 농기계 업체 존 디어는 거친 들판을 누비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통해 농업 현장의 피지컬 AI를 증명했습니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CEO 존 크리드의 CES 2026 기조연설. 사진=the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제공


"머스크 '미래의 화폐는 에너지'"


AI가 탑재된 로봇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미래는 마냥 장밋빛일까요. 전기차 기업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피터 디아만디스와의 대담 ‘문샷(Moonshots)’과 신년 비전을 통해 흥미로운 미래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머지않아 AI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비용은 ‘0’에 수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즉, 로봇이 24시간 쉬지 않고 물건을 찍어내면서, 누구나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 풍요’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는 “에너지가 곧 돈(Energy is Money)”이 되는 세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력이 공짜가 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부족한 자원은 로봇과 AI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뿐입니다. 


과거 금본위제 시대에 금이 부의 척도였고, 지금은 달러가 그 역할을 한다면, 미래에는 ‘와트(Watt)’를 얼마나 생산하고 소유했느냐가 국력과 개인의 부를 결정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생성형 AI가 질문 하나에 답하는 데 쓰는 전력은 일반 구글 검색의 10배가 넘습니다. 여기에 수십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거리를 활보하고 충전을 시작한다고 상상해 본다면, 전력 수요는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할 것입니다.


"한국은 로봇 강국인가, 에너지 빈국인가"

결국 ‘피지컬 AI’ 시대의 승패는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 뿐만 아니라, 그 로봇을 움직일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듯,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제조 능력과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뇌’와 ‘몸체’를 만드는 데는 전 세계에서도 수준급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식량’인 에너지는 어떨까요. 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자 고립된 ‘전력 섬’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조성만으로도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다가올 로봇 대중화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을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망 확충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로봇 시대의 전력은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결국 해답은 에너지 믹스의 최적화에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돌아가는 AI 로봇의 전력 수요를 채울 수 없습니다. 현존하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을 적극 도입해 기저를 다지고, 그 위에 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얹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분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구축도 서둘러야 합니다.

CES 2026에서 목격한 피지컬 AI 로봇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내일 펼쳐질 미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로봇이 가져다줄 풍요를 누리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안보’라는 튼튼한 지갑을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에는 전기가 곧 돈이 될 테니까요.

김범수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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