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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챗GPT”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 비서 로봇 등은 아직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단계이지만, AI 기술이 점차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체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올해의 슬로건으로 “AI For All”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AI를 먼저 주도하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과기정통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AIMD 시스템을 중심으로 원전에서 활용하고 있는 AI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AIMD의 AI는 우리가 아는 그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말하는 게 맞습니다. M은 Monitoring(감시와 관찰), D는 Diagnosis(진단)을 뜻하고 AIMD를 우리말로 통칭하면 “통합예측진단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원전 설비 일체는 2022년부터 이 시스템 하에서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AIMD가 하는 일을 함께 알아볼까요?
경주에는 원전 종합상황실 “E-타워”가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각 원전의 운전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각 원전의 운전 현황을 감시하면서 설비 고장 징후를 포착하는 업무입니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설비의 고장 발생 시, 전문가의 수동 진단에 의존해야 하고, 발전소별로 설비 진단 시스템이 따로 운영되다 보니 동종 설비에 대한 비교 진단에 제약이 따르게 되는 것이죠. 유사한 고장을 예방하는 일도 효율적이지 못하고요. AIMD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개발에 착수한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디지털변환실 설비기술처에서 2017년부터 개발한 원전 감시 시스템이며, 2022년 8월부터 AIMD 센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기존 원전 모니터링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AIMD 센터에는 총 6명의 전문 운전원이 상주하는데요. 발전소별로 하루 평균 100여 대의 설비를 자동 진단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설비는 터빈, 발전기, 펌프, RCP, 모터팬, 변압기 등 원전을 구동하는 주요 설비가 거의 포함됩니다. 발전소 현장에서 직접 측정된 신호에 오류가 감지되면 경보가 울리게 되는데요. AIMD 센터에서는 이때 고장 징후가 있는 설비에 대한 상세 분석을 진행합니다. 근본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으로 이어지고요. 분석 결과는 해당 발전소에 전달되며, 분기별로 종합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할 설비를 각 발전소와 공유하기도 합니다. “한 장소에 각종 설비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계하고, 주파수 진단과 AI 분석 등이 적용된 시스템을 구축해 설비 진단과 진단 결과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AIMD 센터가 생기면서 전국 26기의 원자력발전소, 약 1만2천대에 이르는 회전·전력 설비를 매일 철통같이 감시·진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예송해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AIMD센터 책임연구원 -
AIMD 센터에 적용된 AI는 “분석형 AI(Analytic AI)”입니다. 분석형 AI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제안·통찰)를 제공합니다. 분석형 AI는 다양한 산업에서 문장의 감성 분석, 공급망 리스크 평가, 재고 관리, 수요 예측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AIMD 센터에 적용된 주요 기술은 ▲네트워크 연계·빅데이터 구축 ▲설비결함 자동진단 ▲열화상 딥러닝 ▲무선진동시스템 연계 ▲동종설비 비교진단 ▲3D 가시화 기술 등입니다.
센터는 핵심 설비에 대한 원격 상시 진단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 말고도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중점적으로 점검할 설비를 선정해 놓거나, 기존의 주기 기반 정비(TBM; Time Based Maintenance)에서 상태 기반 정비(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로 전환함으로써 효율적인 정비 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AIMD는 올해까지 AIMD 시스템의 진단 모델과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를 넘어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에 다다르려 하고 있는데요. 바로 원전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실제 원전을 가상으로 구현한 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 현장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연계하는 개념입니다. 디지털 트윈이 구현되면 마치 쌍둥이처럼, 실제 원자로와 동일한 상태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2배속, 5배속 영상 보기와 유사하게, 디지털 트윈을 빠르게 동작시키면서 운전 조치에 따른 발전소 상태 변화를 예상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에서 AI 기술은 원자력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즉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범위에 한해 적용 중입니다. 예를 들면 AI는 원자로 정지 등이 발생하기 전에 기기 이상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AI가 원자로 정지 등 안전과 관련된 결정권을 가지고 원전을 운전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AI가 우리 삶을 얼마나 더 편리하게 실용적으로 바꾸어갈지, 또 에너지산업에서의 AI의 역할이 어디까지 증대되고 첨예해질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그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