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회귀 흐름,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원자력 회귀 흐름,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올해로 ‘기후변화협약 채택’ 30년째
 
지난 11월 6일부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맺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이래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를 해결하려고 한 지 올해로 30년째죠.
 
그러나 이러한 세계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위기까지 겹치면서 각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자력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IPCC가 최근 보고서(IPCC, Global Warming of 1.5℃, 2018)에서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면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전망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22)를 통해 전력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원전의 발전량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매우 빠르게 확충한다고 해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의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요. 최근 유럽의회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활동을 정하는 분류체계인 ‘EU택소노미’에 원자력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위기 극복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는 평입니다. 
 
 
세계 주요국의 원전 회귀 흐름
 
각국의 동향을 보면 이러한 원전 회귀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2021년 기준 총 92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현재 2기의 원전을 건설 중인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에너지 발전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원전 건설, 차세대 원자로 개발 등을 포함시켰지요. 미국 에너지부 역시 에너지 안보 전략을 수립하면서 원자력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했습니다. ‘청정에너지로의 견고한 전환을 위한 공급망 확보 전략’을 수립하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처분 정책을 마련하고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주정부 역시 원전에 다시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몬태나주는 신규 원전 건설에 필요한 동의 절차를 일부 폐지했으며,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1996년 제정된 원전 설립 금지 법안을 철회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인디애나주는 SMR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승인했지요. 최근에는 버지니아, 미시건 주도 여기에 합류했습니다.
 
특히 인디애나주가 승인한 SMR 지원 정책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아프리카의 가나와 SMR 도입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라트비아와도 협력하고 있는데요, 이는 규모가 작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의 상황에 맞는 소형 원전을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취지입니다. 
 
미국의 행보에는 캐나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 사스캐처원, 뉴브룬스윅, 앨버타 4개 주는 SMR 개발과 보급을 위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각 주별 SMR 목표와 기한 등을 설정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SMR 인프라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2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지요. 이에 발맞춰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 기업 중 하나인 캐나다의 카메코도 2024년부터 증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카메코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시장 축소를 예상하고 우라늄 생산량을 줄인 바 있는데, 최근 상황이 반전하면서 계획을 바꾼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도 살펴볼까요? 영국 정부는 2022년 4월 ‘에너지안보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 전략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 원자력, 해상풍력, 북해유전 중심의 에너지 생산 확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원자로 8기를 추가 건설하고, 발전용량을 24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여 총 전력생산의 25%를 원자력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기존 원전보다 높은 안전성, 낮은 건설비용, 작은 크기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가 2억 천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3천3백억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원전 대국인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직후 원자력 비중을 현행 75%에서 50%까지 줄이겠다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중 축소가 완료되는 시기를 10년 늦춘 상태이고, 현재 건설 중인 수소에너지 네트워크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확대, SMR을 이용해서 청정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더해 러시아발 위기가 점점 분명해지기 시작한 올해 2월에는 신규 6기, 증설 8기의 총 14기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대거 신규 원전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미 체코가 6기의 원전을 운영하며 원전 비중을 높이는 한편으로는, 폴란드도 2033년까지 첫 원전을 건설하고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노후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6~9GW 규모의 원전 6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안보 이슈도 연계되어 있어 원전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인 편입니다. 현재 에너지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스와 석유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급속히 원자력발전을 줄이며 에너지난을 겪기도 했는데요, 2021년 발표한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 원자력 비중을 22%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조치는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은 원전을 다시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총 10기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2023년 7기를 추가 재가동하여 총 17기의 원전을 재가동할 계획입니다.
 
 
미래 원전 시장의 게임체인저 될까? 소형모듈원자로(SMR)
 
이처럼 세계적으로 원전 프로젝트가 속속 재개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원전 시장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소형모듈원자로(SMR)입니다. SMR은 기존 원전에 비해 공기가 짧고, 모듈화되어 있어 수요 용량에 따라 출력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모듈형으로 대량 생산되기에 원자력발전의 단점 중 하나인 비싼 건설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소규모 발전원이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탈탄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며 수소나 담수 생산, 선박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미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자국 내에 대규모 SMR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폴란드, 요르단,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SMR 도입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약 650~850기의 SMR이 건설되어 연간 150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스마트원자로’가 잘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개발 중인 SMR 노형은 세계적으로 70여 가지에 달합니다. 방식도 다양해서 현재 대형 원전에 주로 사용되는 가압경수로부터 초고온가스로, 고속중성자로, 용융염로 등 4세대 원전 기술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SMR 분야에서 단연 앞서나가는 기업은 미국의 ‘뉴스케일’입니다. 뉴스케일의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강점으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와 같은 주기기는 물론 대형 원전의 콘트리드 돔인 격납 건물까지 일체화한 형태입니다.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첫 SMR을 건설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스케일의 SMR. 오른쪽이 원자로 모듈로
미국 뉴스케일의 SMR. 오른쪽이 원자로 모듈로, 모듈을 필요한 수량만큼 구성하여 왼쪽과 같은 격납건물 모듈에 탑재하는 방식입니다. © NuScale
 
 
한편 미국의 ‘엑스에너지’는 차세대 원전 기업으로,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전 실증로 건설 프로그램의 시행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지요. 두산에너빌리티도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SMR 부문의 설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는 구형 핵연료 펠릿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는 구형 핵연료 펠릿에 대한 특허도 갖고 있습니다. 구형 연료는 관리와 조절이 용이하고 방사성 물질 차폐에 유리하여 차세대 핵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X-Energy
 
 
영국의 유서 깊은 에너지 기업 롤스로이스도 SMR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10개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영국 내에서 이끌고 있으며 현재 인허가 절차를 준비 중입니다.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의 SMR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150여 명의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30개 대학과 기술 제휴를 진행 중이지요.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2030년까지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050년까지 16기의 SMR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롤스로이스의 SMR 구조. 세 개의 증기발생기를 지닌 3-Loop 가압경수로
롤스로이스의 SMR 구조. 세 개의 증기발생기를 지닌 3-Loop 가압경수로입니다.

잠수함용 원자로에서 출발한 스마트원자로나 뉴스케일의 원자로 모듈과 달리
기존의 대형 원자로를 소형화한 형태입니다. © Rolls-Royce
 
 
원전 선진국 중 하나인 캐나다의 기업들도 적극적입니다. 2011년 설립된 USNC는 초소형 원자로 전문 기업으로, SMR보다 작은 규모인 5MWe급 원자로를 개발 중입니다.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이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직면한 지금, 세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위기 속 기회를 쟁취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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