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기반 배터리의 재활용 산업 본격화하는 미국
2022-02-24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배터리 재활용, 성장 가능성 높고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최적
-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 미국 사업 전개 활발, 신규 자금 모금 원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35년까지 탄소 공해가 없는 전력을 달성하는 에너지 경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의제를 제시한 바 있다. 리튬 기반 배터리는 이러한 의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동력원으로 미국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리튬 기반 배터리에 대한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전기자동차(EV) 및 전력망 저장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는 배터리 제조 기반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리튬 기반 배터리의 재활용 필요성 대두
하지만 현재 미국은 리튬 기반 배터리 생산 기지가 많지 않고 국내 수요의 상당 부문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양극 활물질로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등은 전략금속으로써 자원 보유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고 이들 자원 보유국을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폐기되는 배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에너지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의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향후 10년 이내 수명이 다한 리튬 기반 배터리가 전기자동차에서 매년 200만 톤 이상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아직까지 수명이 다한 리튬 기반 배터리의 수가 많지 않지만, 구형 전기차 모델 차량의 수명이 다해가고 현재 재활용 인프라가 준비돼 있지 않아 가까운 시점에 폐기되는 리튬 기반 배터리의 수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에서는 리튬 기반 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하거나 폐기되는 배터리에서 전극 물질을 회수하고 화학적으로 처리해서 다시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재활용 산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 보유한 기업들 미국에서 활발히 사업 전개, 신규 자금 모금도 원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분석하는 Circular Energy Storage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있거나 곧 재활용 사업을 시작할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배터리 제조 선도국에 대부분 집중돼 있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기반 북미 최대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회사인 Li-Cycle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2021년 말부터 미국 뉴욕주 Rochester의 Eastman Business Park 지역에 약 1억7500만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완공되면 북미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허브가 되며,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 때문에 입력 처리 용량도 상향 조정했다. Li-Cycle 측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허브의 입력 처리 용량은 당초 연간 2만5000톤이었지만 3만5,000톤으로 약 40% 증가 예정이다. 업그레이드된 허브 시설은 연간 약 9만 톤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으로, 이는 약 22만5000대의 전기자동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Tesla의 공동창업자인 JB Straubel이 창업한 Redwood Materials 역시 배터리의 순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Bloomberg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Redwood Materials는 현재 1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새로운 100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장을 물색 중이며, 해당 공장에서는 2025년까지 연간 최대 100GWh, 2030년까지 연간 최대 500GWh가치의 배터리 재료가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수치는 각각 전기자동차 약 100만 대, 500만 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생산이 모두 재활용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성명에서 Redwood Materials는 재활용 배터리와 지속가능한 채굴 재료로 양극과 음극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는바, TechCrunch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재활용 사업도 Redwood Materials의 사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에 신규 자금 유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merican Battery Technology Company는 새로운 네바다 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3910만 달러를 모금했고, Redwood Materials는 Ford로부터 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Li-cycle은 북미 및 기타 지역에 새로운 재활용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Koch Strategic Platforms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Battery Resourcers는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7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미국 연방정부도 재활용 장려
미국 에너지부와 국방부, 국무부, 상무부 등이 참여하는 ‘첨단 배터리 연방 컨소시엄(FCAB: Federal Consortium for Advanced Batteries)은 2021년 6월 발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위한 국가 청사진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의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했다. 리튬이온 전지를 재활용하면 재료 부족으로 인한 제약을 줄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춘 가치 사슬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과 관련한 단기, 장기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첨단 배터리 연방 컨소시엄이 제시하는 배터리 재활용 관련 단기/장기 목표>
단기목표(~2025년) | 장기목표(~2030년) |
ㅇ 재사용 및 재활용이 용이한 배터리 팩 디자인 촉진 ㅇ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고 재활용된 리튬이온 배터리 재료를 수집, 분류, 운송 및 처리하는 성공적인 방법 수립 ㅇ 코발트, 리튬, 니켈, 흑연 등 핵심 소재 회수율 향상 ㅇ 회수된 핵심 재료들을 공급망에 다시 도입하기 위한 처리기술 개발 ㅇ 재활용 배터리 사용처별 분류, 테스트 및 균형 조정을 위한 방법론 개발 ㅇ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집, 재사용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연방차원의 정책 수립 | ㅇ 소비자 가전, 전기 자동차 및 그리드 저장 배터리의 90%가량을 재활용이 차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형성 ㅇ 전지 제조 재료 스트림에서 재활용 재료 사용을 요구하는 연방 정책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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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FCAB]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 본부를 둔 미국 최초의 첨단 배터리 재활용 연구 및 개발 센터인 Recell Center에서도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대규모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양극소재를 이루는 재료들을 높은 순도로 분리하는 혁신적인 공정을 개발했다. Recell Center 측은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미국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비용이 절감되고 수익성이 올라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미국이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게되고, 이로써 국내 자원 사용이 증가되면서 궁극적으로 에너지 독립을 강화하고 외국산 원료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사점
글로벌 배터리연합(Global Battery Alliance)의 임시 이사인 Mathy Stanislaus는 리튬이온 배터리 재료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 세계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 용량이 현재 용량의 25배까지 증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맞춰 미국의 전기자동차 주요 OEM들은 자체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구축하거나 재활용 기업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원자재의 수입 및 채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Tesla의 배터리 모듈팀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Tesla는 자체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구축해 핵심 배터리 재료 회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재료를 회수하는 것이 원자재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에너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 재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약 5%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미국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재활용 산업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며, 구형 전기차 모델 차량의 수명이 다해가는 시점을 미리 대비하고 재활용 인프라를 마련한 기업에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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