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발전용 가스터빈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더워서 스트레스 받느니 에어컨 풀가동!?

여러분들 가운데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사는 분들은 인근에 들어서 있는 LNG복합발전소가 익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열병합발전소로 불리는 LNG복합발전소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합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가스터빈을 회전시켜 1차로 전기를 생산하고, 가스터빈의 배기열로 스팀을 생산해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배기열을 가정의 난방열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전용 가스터빈을 도입할 때는 기술이 없어 외국산을 사용했습니다. 사용하다 보면 고장이 날 때가 있는데 고장이 나면 가스터빈 제작사가 정비인력을 보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스터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매번 외국산을 사용하다 보면 외화유출도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산 가스터빈을 개발해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산 가스터빈이 최초로 설치된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 (출처 : 한국서부발전)

가스터빈을 국산화한 이유

가스터빈 국산화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가스터빈의 회전 속도는3,600rpm인데 이는 시속 2,000km에 해당하는 속도입니다. 터빈을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총 480개의 기왓장 모양의 철편이 필요합니다. 고온고압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철편의 수명은 약 5만 시간입니다. 고온고압을 견디는 철편을 제작하기 위해 8시간에 걸쳐 코팅을 진행합니다. 2만5,000시간 가동한 후 철편을 빼내 코팅을 한번 더 한 후 다시 2만5,000시간을 사용합니다. 가스터빈에 사용되는 철편 1개의 가격은 중형차 두대 값인 1억 원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스터빈 한대를 수출하면 중형차 96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스터빈 국산화에 뛰어든 대표적인 우리나라 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있고, 공기업으로는 한전 산하의 발전 공기업들을 들 수 있습니다. 발전 공기업들은 민간기업이 개발한 가스터빈을 실제로 설치하고 운영할 기회를 제공해서 가스터빈 국산화 역사에서 빠질 수가 없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출처 : 두산에너빌리티)

국산 가스터빈 개발은 201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1조 원의 연구비용을 투자했으며2019년 발전용 국산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가스터빈 설계 제작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세계 5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김포열병합발전소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국산 가스터빈을 처음으로 설치했습니다. 2020년 12월 착공했으며 2022년 가스터빈 설치를 완료했고, 2023년 7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처음 국산 가스터빈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때 석탄발전과 비슷한 kWh당 100원 수준으로 판매했습니다. 이는 당시 천연가스를 MMBtu당 2~3달러 수준으로 값싸게 들여오기도 했지만 국산 가스터빈의 효율이 우수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가스터빈 공장의 모습 (출처 :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설비 유지보수도 국산화에 성공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기술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스터빈 설비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로터의 고속 밸런싱 확보 기술을 국산화한 것입니다. 로터는 블레이드를 부착한 원통형 구조물로 1,300°C 이상의 고온에서 분당 3,600번 고속 회전합니다. 그래서 부품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적절한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대 3,600rpm까지 회전하는 로터의 진동을 구간별로 측정해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7월 1일 한국남동발전과 분당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 계약, 7월 10일 한국남부발전과 안동복합발전소 2호기 장기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에 이어 이번에 한국중부발전과 함안복합발전소 수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3년 6월 중부발전과 주기기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 해 동안 국산 가스터빈 주기기 제작과 서비스 공급계약이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국산 가스터빈은 국내에서 쌓고 있는 든든한 운행이력을 바탕으로 해외에 나갈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전세계의 열병합발전소, 복합화력발전소에 국산 가스터빈이 공급될 날이 올지 기대되는 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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