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큰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6월3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면서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 마다 에너지 정책은 크고 작게 달라져 왔습니다. 그만큼 에너지 정책은 한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핵심 정책이자, 관점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엇갈릴 수 있으며, 쟁점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당장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에너지 정책을 봐도 알 수 있죠.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친환경을 기치로 하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됐습니다. 동시에 탈(脫) 원전 정책을 추진했죠.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목표로 원전 산업 완전 부활을 목표로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상반되는 정책입니다.
물론 에너지 정책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면서 현재의 상황에 맞게 최적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에너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올라올 시점에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정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 이념과 정치 성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쟁점들을 분석해보겠습니다.
[‘현실과 실용’으로 달라진 에너지 정책]
이번 대선에서 에너지 정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실용주의’로 변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앞서 말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만 하더라도 ‘재생에너지만 옳다’, ‘원전만 옳다’는 갈등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양쪽 모두 중요하지만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고 운용하나’는 시각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에서도 탈원전 같은 일방적인 흐름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전 비중을 늘려 전기요금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과거보다 에너지 수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이념과 이상’이 아닌 ‘현실과 실용’으로 옮겨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리와 국익, 경제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죠.
[전력망 안정을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또 전국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도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20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에 공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전력망 문제는 생각보다 불균형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력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불일치로 인해 지금도 계통 제약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다가, 신재생에너지의 고질적인 단점인 전력망의 병목현상으로 인한 출력제한 등 각종 부작용이 겹치는 상황이죠.
지금도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HVDC)의 지연으로 동해안 주요 발전소들의 송전 제약이 현실화됐습니다. 이 때문에 6GW 상당의 발전량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호남권에 전력망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2036년까지 58.5GW의 재생에너지 전기를 그대로 버려야 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전력 자립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으로 215.6%에 달하며, 다음으로 충남 213.6%, 강원 212%, 전남 197.9%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경기(62.5%), 서울(10.4%), 대구(13.1%), 광주(9.3%), 대전(3.1%) 등의 지역은 전력 자립률이 현격히 떨어졌습니다. 특히 인구와 자본, 일자리 등이 집중되는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한 ‘원전 회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원전 확대도 필수적입니다. 당장 AI 산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원전 산업을 부활하는 것도 같은 맥락 입니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10개의 원전은 계속 사용을 추진하고,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원전 6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차질 없이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산업용 전기료를 가정용 전기료 수준까지 인하하면서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에너지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원전 비중을 확대 하는 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정책 흐름입니다. 에너지 공급 위기와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 상황에서 기존 탄소중립이 최우선됐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한 발 후퇴한 상황이죠.
미국은 AI 산업 발전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원전 기피 현상이 만연했던 일본도 ‘원전 회귀’로 선회하는 정책 변화에 나섰습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탈원전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독일도 새 정부 들어서 “탈원전을 재검토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동시에 이미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 할 수 있는지 검토에 나섰죠.
약간의 입장차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여야가 모두 에너지 정책에 현실적인 방안을 고심한 흔적이 많다는 점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기조를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