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 방폐장 등 한국 원자력산업의 수준과 국제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바로 ‘원자력연차대회’입니다.
원자력연차대회 40주년, 불혹의 원자력 산업을 말하다
원자력연차대회는 1986년 처음 열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不惑)’의 나이입니다.
공자가 논어 위정편에서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를 불혹이라고 불렀습니다. UAE 바라카 원전 상업운전과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수출에 성공하였으며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표준설계 완성을 앞둔 2025년 한국 원자력산업의 역량을 ‘40주년’이라는 단어가 요약하고 있습니다.
마침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도 국회에서 입법돼 내년부터 부지선정에 들어가 2060년 고준위 방사선폐기물 최종처분장을 갖추는 일정도 수행할 수 있어 올해 행사는 더욱 뜻깊습니다.
TED 앤더슨·WNA 레온, “한국 원전은 세계적 리더”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마 레온 사무총장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연 프로그램인 TED의 크리스 앤더슨 회장을 기조연설 연사로 초청해 분위기가 시작부터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특히, 이들은 글로벌 원전사업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강조해 주목받았습니다.
기조연설에 나선 WNA 사마 레온 사무총장
레온 회장은 “원전은 △기후변화대응과 지속가능성 △에너지 자립성 △경제발전 측면에서 장점”이라며 “많은 국가가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원전을 확장 계획"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는 “글로벌 원자력 용량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리려면 한국 산업의 능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원전이 미래 에너지 열쇠인 점을 알고 글로벌 협력에 나서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기조연설에 나선 TED 크리스 앤더슨 회장
앤더슨 회장도 “한국이 원전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됐다”며 “‘온타임 온버짓’으로 성공한 UAE바라카 원전 사업 성공이 대표 사례”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어 “한국 조선소가 LNG 캐리어나 컨테이너선처럼 원전도 모듈 형태로 제작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것"이라며 “한국은 원전 기술과 조선 산업을 결합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우리나라에 큰 기대를 보냈습니다.
글로벌 SMR 리더들
2025년 원자력연차대회에서는 글로벌 SMR 동향과 고준위 방폐장도 다뤄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올해 혁신형 SMR 표준설계를 완성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두산에너빌리티(가압경수로형 SMR), 미국의 테라파워(소듐고속로 SMR), 영국의 코어파워(선박 탑재형 SMR), 스웨덴의 칸풀 넥스트(SMR 부지개발)을 초청하였습니다.
한국형 SMR, 세계 SMR 기업과 어깨 나란히
두산에너빌리티 왕진민 원자력생산기술팀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꿈은 2010년 어느 고객이 보낸 메일에서 시작되었다”며 “최근 창원 본사 공장에 SMR 전용 작업장을 구축했고 루마니아 대통령이 다녀갔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이어 그는 “전자빔용접과 크래딩 기술 등을 도입해 SMR 제작 장비·기술 최신화로 제작 기간·비용 단축을 이룰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
테라파워 제프리 밀러 부대표는 “미국 와이오밍州 캐머러 폐석탄광산에 소듐고속로 SMR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미국 NRC에 건설허가를 신청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코어파워 마이칼 뵈에 CEO는 “소듐고속로를 선박에 탑재해 해상 원전을 확장하고 있다”며 “선박 국적 국가의 원자력규제기관과 협력해 제도를 만들어 2028년 첫 수주 2030년대 중반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스웨덴 국교 50주년을 맞아 11개월간 6번 방한하였다는 칸풀 넥스트 존 알버그 설립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역난방과 SMR을 설치해 열·전기 동시 공급 가능한 SMR 캠퍼스를 구축 중”이라며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원자력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고준위 방폐장, 글로벌 과제 속 한국의 해법은?
프랑스 고준위 방폐장 정책을 설명하는 Andra의 파비앙 위베르 홍보실장
국내외 고준위 방폐장 전문가도 연사로 등장해 최신기술을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프랑스 원자력환경공단(Andra)의 파비앙 위베르 홍보실장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애를 먹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가 일하는 Andra는 방사성 폐기물을 활성도와 반감기에 따라 분류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폐기물을 관리합니다. 과거·현재 세대 생산 모든 방사성 폐기물을 미래 세대를 위해 안전 관리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직원 720명이 연간 2억 8400만 유로의 예산을 사용합니다.
Andra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고준위 및 중온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이 목적인 시제오(cigéo) 프로젝트를 소개하였습니다. 여기에 1억 8400만 유로를 투입해 폐기물 수집·처리 위한 계약 체결, 공익 임무 수행, 오염 지역 제염 활동을 펼칩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고준위 방폐물 부지선정은 프랑스 대선이 끝난 2027~2028년에야 인허가를 받을 전망입니다. 아직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이해가 모자른 셈인데 우선 100년간 프랑스 정부가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고 100년 후 Andra는 후세들이 고준위 방폐장 계속 운영을 결정할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위베르 실장은 “프랑스는 어렵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다"며 “사업기간이 수십만년을 헤아리는 만큼 후손들이 언제든 고준위 방폐장 운영을 중단할 수 있도록 가역성 부여가 특징”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참고로 프랑스는 전력공급 70%를 원전에서 수급하며 57개 원자로를 운영합니다. 2022년 2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EPR2 원자로 6기 신규 건설 계획을 밝혔고 추가로 8기를 고려 중에 있습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약 179만m³의 방사성 폐기물이 있는데 이 가운데 97.5%의 폐기물이 극저준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입니다.